아이디어 스무 개를 모아 놓고 "그럼 뭐부터 할까요"를 물으면 회의는 거기서 멈춰요. 손을 들게 하면 먼저 든 사람 쪽으로 쏠리고, 한 사람당 한 표를 주면 애매하게 좋은 안건이 전부 0표로 죽어요. 표를 여러 장 쥐여 주는 닷 보팅이 이 두 문제를 동시에 풀어요.
닷 보팅이 다수결과 다른 점
닷 보팅은 한 사람에게 스티커 여러 장을 주고 마음에 드는 항목에 나눠 붙이게 하는 방식이에요. 한 표뿐이면 사람들은 "그래도 제일 무난한 것"을 고르지만, 세 표가 있으면 그중 한 표는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것에 붙여요. 그래서 3위권 밖의 소수 의견이 살아남아요.
아이디어 보드에서는 보드를 만들 때 1인당 투표 수를 1~10 사이에서 정해요. 기본값은 3표예요. 투표 단계로 넘어가면 각자 화면에 남은 표가 표시되고, 이미 준 표는 회수해서 다른 항목으로 옮길 수 있어요. 한 아이디어에 표를 몰아 줄지 흩어 줄지는 각자 판단이에요. 확신이 있는 사람은 몰아 주고, 여러 개가 비슷해 보이는 사람은 흩는데, 그 차이 자체가 결과에 정보로 들어가요.
표 개수를 정하는 기준
- 항목이 10개 안팎이면 3표. 기본값 그대로 두면 돼요.
- 항목이 20개를 넘으면 5표쯤으로 올려요. 표가 너무 적으면 상위 두세 개만 표를 받고 나머지가 전부 0표로 붙어 버려 순위가 안 갈려요.
- 반대로 항목 대비 표가 너무 많으면 전부 고르게 표를 받아 이것도 순위가 안 갈려요. 항목 수의 4분의 1 근처가 무난해요.
중간 득표를 안 보여 주는 이유
투표 단계에서는 각 아이디어의 득표수가 화면에 나오지 않아요. 실제 스티커 투표에서 벌어지는 쏠림, 그러니까 남들이 붙인 자리를 보고 따라 붙이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예요. 결과 보기로 넘어가는 순간에야 득표 순위가 한 번에 공개돼요.
그러니 진행자는 투표 중에 "지금 A가 앞서고 있네요" 같은 중계를 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화면이 숨기고 있는 걸 입으로 풀어 버리면 기능이 무의미해지거든요. 투표를 시작하면서 "표는 언제든 회수해서 옮길 수 있고, 중간 집계는 아무에게도 안 보인다"는 두 문장만 안내해도 사람들이 눈치를 덜 봐요.
표를 세고 나서 할 일
득표 순위가 나왔다고 회의가 끝난 건 아니에요. 비슷한 말을 다르게 쓴 아이디어가 표를 나눠 가져 실제보다 낮게 나온 경우가 흔해요. 결과 화면에서 방장이 비슷한 것끼리 그룹으로 묶어 정리한 다음 순위를 다시 보면 그림이 달라져요. 이 정리는 표를 다 센 뒤에 해야 해요. 투표 전에 진행자가 미리 묶어 두면 무엇을 묶었는지가 곧 진행자의 해석이 되고, 참여자는 그 해석에 표를 던지게 되거든요.
상위 두세 개로 좁힌 뒤 최종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익명 투표로 결선을 돌려요. 선택지를 2~8개까지 입력하고 응답 시간을 15초·30초·60초 중에서 고르면, 결과에는 총 참여자 수와 선택지별 득표만 나오고 누가 무엇을 골랐는지는 남지 않아요.
그래도 동점이면 더 이상 회의로 풀 문제가 아니에요. 룰렛 추첨기에 남은 후보를 쉼표로 넣고 돌리는 편이 나아요. 같은 항목을 여러 번 넣으면 그만큼 확률이 올라가니, 득표수만큼 이름을 넣어 가중치를 준 채로 돌릴 수도 있어요.
표를 나눠 주는 것만으로 회의가 정리되지는 않아요. 다만 "누가 먼저 손을 들었나"가 결과를 좌우하는 일은 확실히 사라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