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 회식에서 겉도는 건 술을 안 마셔서가 아니라, 게임의 벌칙과 승부가 전부 술에 걸려 있어서예요. 벌칙이 원샷이면 안 마시는 사람은 애초에 판에 못 껴요. 게임을 고를 때 세 가지만 따지면 이 문제는 대부분 사라져요. 벌칙이 술이 아닐 것, 취한 정도가 유불리로 이어지지 않을 것, 말을 많이 안 해도 참여가 될 것.
말을 안 해도 되는 것부터 깐다
목소리 큰 사람이 유리한 게임은 처음에 피해요. 화면만 보고 손가락으로 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안전해요.
숫자 순서 게임은 5×5 격자에 1부터 25까지가 흩어져 있고 그걸 1번부터 순서대로 눌러 나가는 게임이에요. 다음에 눌러야 할 숫자가 화면에 표시되니 규칙 설명이 필요 없고, 술기운이 있으면 오히려 불리해요. 눈으로 숫자를 하나씩 좇지 말고 격자 전체를 넓게 훑는 쪽이 훨씬 빨라요.
패턴 기억 시몬은 버튼 9개가 색과 소리로 순서를 보여주면 그 순서대로 따라 눌러요. 맞히면 1점이 오르고 다음 순서가 한 칸 길어져요. 이 게임을 권하는 이유는 틀렸을 때예요. 감점이 없고 같은 순서를 다시 보여주기 때문에, 못 따라가는 사람이 판에서 튕겨 나가지 않아요. 색이 헷갈리면 버튼마다 위치와 모양이 다르니 그쪽으로 외워도 돼요.
아는 만큼 나오는 쪽으로 넘어간다
손이 풀렸으면 말이 오가는 걸로 옮겨요. 테마 초성게임은 방장이 테마를 골라 시작해요. 음식/간식, 동물/식물, 인물/직업, 영화/드라마, 지명/국가, 신조어/유행어 여섯 개 중 하나를 고르거나 전체 랜덤으로 둘 수 있어요. 제한시간은 15초·30초·60초.
테마 선택이 곧 배려예요. 연령대가 넓게 섞인 자리에서 신조어를 고르면 한쪽만 계속 맞혀요. 그럴 땐 음식이나 지명처럼 누가 봐도 아는 범위를 고르는 게 나아요. 반대로 또래끼리면 신조어 쪽이 훨씬 시끄러워져요.
술 대신 의견을 걷는다
회식이 사실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자리였다면, 게임을 하나 줄이고 이걸 넣는 편이 나아요.
아이디어 보드는 세 단계로 굴러가요. 먼저 참여자들이 익명으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올리고, 방장이 투표를 시작하면 각자 가진 표를 나눠 줘요. 1인당 표 수는 1개에서 10개까지 정할 수 있는데, 여러 표로 두면 한 사람이 여러 아이디어에 나눠 줄 수 있어서 소수 의견이 살아남아요. 마지막에 득표 순위가 공개되고 방장이 비슷한 것끼리 묶어 정리해요. 워크숍 냄새가 나는 도구지만, "다음 회식 뭐 할까"를 익명으로 걷는 데도 그대로 써요.
점수 입력(비공개)은 참여자가 0점에서 100점 사이 점수를 내면 결과를 방장만 보는 도구예요. 다른 사람 점수가 안 보이니 눈치 보고 맞춰 쓰는 일이 없어요. 의견 텍스트 칸을 함께 켜 두면 숫자와 이유를 같이 받을 수 있는데, 켜는 걸 권해요. 60점이라는 숫자만 받으면 왜 60점인지 알 길이 없거든요.
진행할 때 실제로 신경 쓸 것
- 벌칙을 미리 못 박아요. "진 사람은 다음 판 진행" 처럼 술이 아닌 걸로 시작 전에 공지하면, 중간에 술 이야기가 끼어들 자리가 없어져요.
- 음료 종류를 갈라 부르지 않아요. 게임 안에서는 어차피 다 같은 참여자예요.
- 안 마시는 사람에게 진행을 맡기는 것도 방법이에요. 방을 만들고 시간을 정하는 역할은 술과 무관하고, 자연스럽게 자리의 중심에 서게 돼요.
술이 빠지면 재미가 빠진다는 말은 사실 벌칙 말고 다른 장치를 안 써 봐서 나오는 말에 가까워요. 손가락으로 하는 것 하나, 아는 만큼 나오는 것 하나, 의견을 걷는 것 하나. 이 세 층으로 짜 두면 마시는 사람과 안 마시는 사람이 같은 판에서 놀아요.